파이널판타지14 PAX West 2017 로컬라이즈 및 세계설정 패널 - 홍련의 해방자

원본 영상 링크: https://www.twitch.tv/videos/171741200?t=02h16s

파이널판타지14 로컬라이즈 디렉터 및 세계설정 담당자 마이클 크리스토퍼 코지 폭스가 '홍련의 해방자' 관련 세계설정 해설.

영어판 로컬라이즈 작업 시 말장난, 아놀드 슈워제네거 영화 인용을 즐김.

뮤지컬 해밀턴 관련 인용은 '존 크로우'라는 번역자가 한 것이며

심슨 가족 인용은 모두가 즐겨 사용.

일본어판에서는 평범한 대사라도 간혹 영어판 로컬라이즈를 거치면...

▼ 일본어판:

루가딘: 음! 경치 좋군! (うむ！ 絶景かな！)

카와시게: 어라…… 내 옷이 어딨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일상의 피로를 씻어냈더니, 다른 기억까지 씻겨나갔나…… (あれ……俺の着替えは……？いい湯に浸かって、日頃の垢を流したら、いろんな記憶まで流しちまったか……)

▼ 영어판

루가딘: 마치 발가벗고 있는 기분인걸! (It feels like I'm wearing nothing at all.)

카와시게: ...멍청한 섹시 루가딘... (...Stupid sexy Roegadyn...)

홍련의 해방자와 함께 공개된 세계지도.

지역 배경 설정, 이름 짓기는 패치 4.0 작업 중 가장 초반에 시작한 설정 관련 작업으로 발매 약 1년 전부터 구상.

시나리오팀, 그래픽팀이 이러한 지역 설정을 우선 파악하고 제작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지도 관련 설정 작업을 일찍 들어간다.

팬페스티벌 최초 공개 시 구름을 헤엄치는 고래, 모래 벌레, 타이탄을 닮은 거인, 하늘에 뜬 섬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 관심을 끌었다.

궁금증은 크지만 이러한 요소는 언젠가 게임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으로 하고..

우선 공개할 설정은 지도 북서쪽에 있는 샬레이안 부근의 어느 섬.

확대해보면..

Origin, 옛 루가딘어로는 '나긴/Nagyn'이라는 섬으로

루가딘족은 이곳이 모든 문명의 중심이자 모든 생명이 시작된, 아주 신성한 곳으로 여긴다고 한다.

샬레이안 남쪽에는 '욘 섬 (Isle of Yorn)'이라는 곳이 있는데

어쩐지 낯이 익은 이름이다 싶더니,

기라바니아 산악지대에 있는 '욘 산'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제6재해 '대홍수' 당시, 점성술로 재해를 예견한 북해 제도 루가딘족 현자 '뉸크레프'는 사람들을 구하려 거대한 배를 만들어 에오르제아로 향했고, 사람들을 고향땅 욘 섬으로 이끌려 했으나 표류 끝에 닿은 곳은 어느 낯선 기라바니아 산봉우리였다.

이를 계기로 이름을 '욘 산'으로 짓고 기억하게 되었다.

이곳엔 뉸크레프 일행 말고도 홍수를 피해온 난민들이 있었는데 식량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졌고, 애써 구한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뉸크레프는 탄식했다. 그는 남은 사람을 이끌고 도망쳐 북해 제도에 도시를 세웠는데, 이곳이 훗날 '샬레이안'이 된다.

제6재해 당시 뉸크레프를 비롯해 많은 사람을 구한 이들을 '열두 현자'라 부른다. 루이수아가 연구한 바로는 이 영웅들이 초월하는 힘을 가진 듯하나 확실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다. 미코테 소녀 질리 알리아포는 옛 현자가 알을 타고 나타나리란 꿈을 꿨다.

그 다음은 동방 지역을 살펴보자.

지도에 나타난 사성수를 비록한 동방 이야기는 게임 속 스토리에서 다루어지므로 세계설정 패널에서는 조금 다른 배경 설정을 소개.

'RUBY TIDE'라는 곳으로 오사드 대륙에 가면 접하는 지역이다.

세계지도에는 '홍옥류(Ruby Tide)'로 적혀 있으나 실제 방문 시 명칭은 '홍옥해(Ruby Sea)'로 나온다.

이는 에오르제아 항해자가 동방에 처음 왔을 때 동방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고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지역 어부한테 '따뜻한 홍옥류에서 물고기가 잘 잡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명칭으로 적어버린 것.

훗날 쿠가네가 개방되고 실제 명칭이 '홍옥해'인 것을 깨달았으나 이미 지도는 제작되어 배포된 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게임 속에서는 두 가지 명칭을 모두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한 홍옥해에 떠있는 바위섬 지옥뚜껑.

그중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홍옥해를 항해하던 해적 등이 캄캄한 밤중에 해양 경비대의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가 이 바위에 부딪혀 자주 침몰하곤 하였다. 그리하여 이 바위에 이름이 붙었는데, 커다란 거인이 내려와 펄펄 끓는 용암물로 목욕을 한다는 뜻에서

'A BATHING ABE'

그런데 이 명칭이 어느 의류 브랜드와 비슷하여 

'BATHING ONIO'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鬼男/오니오는 Demon, 귀신이라는 뜻.

바다를 건너 이번에는 동방 내륙 지역 이름에 관한 설정을 살펴보자.

아짐 대초원에 있는 'Nhaama's Retreat'라는 지역은 2가지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다.

하나는 여신 나아마가 남서쪽 사막으로 '후퇴'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쉼터'를 뜻한다.

일본어 설정 담당자 오다 반리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것 참 좋네요!' .. '근데 일본어로 번역은 어떻게 하라구요!! 나한테 왜 그래요 코지..' 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오다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아마 사막 북단'으로 명칭을 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은 반대로 일본어 명칭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참고로 아우라족 창세 신화에 따르면, 이 세상은 태양신 '아짐'과 달의 신 '나아마'가 힘을 모아 만들었으나,

이내 두 신은 세상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게 되었으며 자신들을 대신하여 싸울 존재로 '인간'을 창조했다고 한다.

이것이 '여명의 아버지'와 '황혼의 어머니'로 불리는 아우라족 최초의 남녀이며, 이들은 신의 명령에 따라 싸움을 계속하였으나 결판을 짓지 못한 채 이윽고 싸움 속에서 사랑이 싹터 아이를 낳았다. 그 모습을 본 아짐과 나아마는 이 세상을 아우라족에게 맡기고 하늘로 떠났다고 한다.

얀샤에 있는 '강엔 종묘(ガンエン廟/Swallow's Compass)'가 일본어 명칭을 영어로 옮기며 달라진 경우.

강엔(岩燕)은 그대로 번역하면 'Cliff Swallow/벼랑제비'라는 뜻이며, 도마의 첫 번째 왕을 지칭한다.

일본어 화자는 벼랑제비라는 뜻과 왕의 이름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지만 영어로 옮기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름에서 'Swallow'를 인용한 후 풍수용 나침반을 뜻하는 'Compass'와 결합했다고 한다.

무덤의 위치를 정할 때 이러한 풍수용 나침반을 사용했다는 설정.

Swallow와 강엔의 관계는 대사 텍스트 중 '이 무덤은 도마의 첫 번째 왕 강엔의 무덤이다'라는 내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어쩌면 누구처럼 그냥 '북쪽 무덤 입구'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디스)

기라바니아 산악지대(The Peaks)에 있는 부부 연못(Grymm & Enid/그림 & 에니드)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앞서 나온 제6재해 '대홍수' 당시, 암다포르에 살던 어느 부부가 있었는데

홍수로 물이 급히 차오르자 집히는 대로 주워 담고 서둘러 북동쪽 고원으로 피난을 갔다.

길은 피난행렬로 꽉 막혀 걸음은 아주 더뎠고, 그들은 황량한 고원에서 당장 마실 물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오르는 물을 피해 도망쳤지만 정작 물이 없어 죽을 상황에 처한 것이다.

며칠 동안 산을 헤맨 그림과 에니드는 다 죽어가기 직전 깨끗한 물이 고인 두 개의 호수를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허겁지겁 달려가 물을 마시던 두 사람은.. 물에 빠져 죽었다.

이틀 후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외쳤다. 

'저기 봐, 그림하고 에니드야!'

.

.

.

그들의 이름을 딴 부부 연못 그림 & 에니드에는 '그림게'와 '에니드새우'가 살고 있다.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가 별로라면 

산악지대 남쪽 '미리암의 행운(Miriam's Luck)' 이야기는 어떨까.

그림과 에니드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지만 미리암처럼 운이 좋았던 사람도 있었다.

지금처럼 하늘을 나는 뚱보 초코보도 없던 시절이니, 레벨 70 마물이 우글대는 어두컴컴한 산맥을 

레벨 1짜리 암다포르 출신 농부들이 헤쳐나가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운 좋은 미리암은 안전한 길을 발견하고 돌아가 많은 사람을 구했다.

이를 기리며 사람들은 이 길을 '미리암의 행운'이라 불렀다.

이번에는 기라바니아 호반지대 (The Lochs)로 가보자.

여기서는 커다란 장작더미 같은 곳을 볼 수 있다.

이는 알라미고의 마지막 왕이 남긴 것으로, 그는 모두가 자신을 노린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망루를 짓게 하여 궁수에게 탑 주변을 감시하도록 시켰고 적의 침입을 발견하면 불화살을 쏘아 장작에 불을 지펴 알리도록 하였다.

그 아래쪽에는 장작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도 있었다.

갈레안 제국이 이곳을 점령하였을 때, 그들은 비공정을 소유하였기에 이러한 시설은 별로 필요가 없었지만

보기가 좋다는 이유로 매일 밤 장작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

술이나 꿀을 담은 술통(Firkins)과 비슷하게 생긴 포탑이 설치되어 

지역 주민들이 '술통 포대'라고 이름 붙인 지역.

그 술통 포대 근처에 거대한 아치형 암석이 있는데,

이 아치형 암석은 지도상에 이름이 없지만 원래 코지가 붙인 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구부정한 변태 (The Limber Lecher)'라는 이름으로

마치 술통에 든 술을 마시고 서빙하는 종업원에게 치근덕대는 술주정꾼과 모습이 비슷하여 붙인 이름.

코지가 오다에게 이렇게 설명하자,

오다는 매우 당황하더니 '생각해 볼게요' 하더니

결국 지도에 이름을 넣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동방 지역 배경은 아트팀과 그래픽팀에서 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

얀샤는 중국풍, 쿠가네 도마는 일본풍 이름 등을 섞어 사용하고 있으며

아짐 대초원에 사는 부족은 몽골어와 비슷한 언어를 사용한다.

아짐 대초원에는 여러 부족이 뒤섞여 살고 있으므로 각 부족이 가진 언어가 공용어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한 점을 표현하고 싶었기에 실제 언어에서 약간 변형한 유사 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동방 지역 일부 영문 명칭은 'Bokaisen Hot Springs'처럼
일본어의 로마자 표기(望海泉) + 의미 표현(Hot Springs)이 중복되어 표기된다.

이는 홍옥해의 예에서 설명했듯이 동방에 대한 언어적 지식이 부족했던 초기 탐험가들이

동방인이 말하는 명칭을 듣고 'Bokaisen'이라고 적은 뒤 동방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뜻풀이로 'Hot Springs'를 덧붙인 것.

서울의 한강을 'Hangang River'로 표현하는 것이나,

ATM machine, CG graphics처럼 일상 생활에서 나타나는 언어적 습관이 반영되었다고 보면 될 듯하다.

예전 스퀘어에닉스 작품 캐릭터 영어 번역명과 그 캐릭터를 인용한 파이널판타지14 영어 번역명이 다른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예전 번역자가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재번역된 최신 명칭 혹은 세계설정 등에 맞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히엔(Hien)'의 어릴 적 이름으로 사용된 '슌(Shun)'은

파이널판타지6에서 '카이엔(영문판: Cyan)'의 아들 이름이었으며,

그 영문판 명칭은 'Owain'이었는데 이것을 파이널판타지14에 그대로 적용하면 어색하므로 변경이 이루어지는 식이다.

'행콕(HANCOCK)'이라는 캐릭터는 일본인이 생각하는 과장된 서양인 느낌의 캐릭터였는데,

이를 영어 문화권에 그대로 번역하려니 별로 좋지가 않았다.

단, 이러한 캐릭터를 만든 이유를 이해하며 캐릭터성을 완전히 부수고 싶진 않았기에 동방 문화에 관심이 많은 캐릭터로 설정을 다듬어 번역.

로컬라이징은 단순히 문장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번역 작업이 이루어진다.

<락슈미 토벌전 배경음악 Beauty's Wicked Wiles 가사>

락슈미 가사에서 'Dreamers'는 락슈미의 신도이며 

듣는 이에게 그들 중 하나가 되라고 유혹하는 노래.

로컬라이즈팀 멤버가 보컬을 맡았는데,

아침에 가사를 주고 점심에 30분, 원테이크에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The Garlean Territorial Anthem/갈레말 제국령 찬가 - 우리의 지배가 닿는 곳 (The Measure of Our Reach/我らが支配圏) 가사>

갈레말 제국이 점령한 후 알라미고 국가를 변형한 노래.

식민 지배에 대한 반발심을 줄이기 위해 예전 문화와 관습을 일부러 남긴 것이라고 한다.

<알라미고 국가 - 파괴신의 손길이 닿는 곳 (The Measure of His Reach/壊神の拳が届く場所) 가사>

알라미고 국가에 있는 문구는 랄거의 손길에 있는 석판에 새겨져 있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노래라는 것을 상징.

갈레말 제국 노래는 잘 훈련되고 통제되고 자긍심 높은 군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프로를 기용하여 녹음.

알라미고 국가는 억압되고 지친 민중을 표현하기 위해 로컬라이즈팀 일반 사원들이 녹음.

(하지만 사운드디렉터 소켄의 기대 이상으로 못 부르는 바람에 나중에 잘 부르는 사람을 섭외하여 덧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