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묻는다 - Wii 프로젝트 Vol.1 Wii 하드 편 (2006년 9월 8일)

사장이 묻는다 Wii 프로젝트 ~Wii가 탄생한 몇 가지 이유~ Vol.1 Wii 하드 편

 

시작하며

 

여러분 안녕하세요. 닌텐도의 이와타입니다.
Wii라는,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득한 하드웨어가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현장에서 개발에 참여한 분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오늘부터 조금씩 여러분께 전해드리고자 하는 마음에 (아마 세상에서 거의 전례가 없는) 독특한 연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사장이 자기 회사 사원을 인터뷰한다는 다소 별난 기획이긴 하지만 저 또한 이번 기회에 Wii라는 기기가 만들어진 경위나 배경을 개발자의 목소리를 통해 새삼 확인하고 기록하고자 합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물어볼 수 없을 만한 내용도 많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참석자

・ 이와타 사토루 (사장)

・ 타케다 겐요 (전무, 종합개발본부장)

・ 타카모토 준지 (종합개발본부 개발부)

・ 아시다 켄이치로 (종합개발본부 개발부)

・ 시오타 코우 (종합개발본부 개발부)

 

 

제1회 '최첨단 기술을,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이와타: 완성된 Wii를 앞에 두고 드는 생각인데, 단순히 새로운 게임 하드웨어를 만들려고 했다면 이런 물건은 아마 탄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Wii는 이러한 기기가 되었는지,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Wii가 만들어졌는지, 그 점을 이번 연재를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우선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하며 지켜본 타케다 씨께 묻겠습니다.

맨 처음 '이런 하드웨어를 만들자' 하고 계획했을 무렵 가진 생각, 그리고 최종적으로 완성된 Wii를 보고 느낀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타케다: Wii 개발을 시작한 것은 게임큐브가 발매된 직후입니다. 저희는 한 가지 하드웨어가 만들어지면 곧바로 다음 기기를 구상하기 시작하는데, 당연하지만 모든 부품이나 기술을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은 아니고 이미 세상에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 경우 기술 업계에는 흔히 말하는 '로드맵'(추후 공개될 예정인 기술이나 제품을 정리한 도표, 계획)이란 것이 있어서 반도체 기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디스크나 무선 기술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대략적인 예측이 각 분야마다 세워져 있습니다.

기술자, 개발자는 보통 그 로드맵을 참고하여 앞으로 발매할 기기를 만드는데요. 지금 완성된 Wii를 곰곰이 살펴보면 일반적인 기술 로드맵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기하고는 전혀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와타: 왜 로드맵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난 기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타케다: 거꾸로 보자면, 기존 로드맵을 그대로 밟을 경우 '더욱 빠르게, 더욱 화려하게' 가야 했을 겁니다. 다시 말해, 화려한 영상을 빠르게 출력하는 방향이죠.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나아간다한들, 고객 여러분께 얼마나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습니다.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도 개발에 드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이용자가 별로 새로움을 느낄 수가 없다는 점을 개발 도중에 깨달았습니다.

 

이와타: 그렇게 깨달은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타케다: Wii 개발을 시작하고 1년쯤 지나서였을까요.

개발 파트너 회사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지만, '더욱 좋은 물건을!' 추구하는 사람의 욕심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1을 얻은 사람이 다음에 2를 얻었다 하면 그다음에 바라는 것은 3이 아니라 5, 10, 30, 100‥‥ 이런 식으로 점점 더 욕심이 불어나니까요. 그것을 쫓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 개발하고 1년쯤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이와타: 그렇다면 더욱 구체적으로 Wii의 기술에 관여한 시오타 씨께 묻겠습니다. 우선 무엇을 담당했는지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시오타: 네, 제가 담당한 것은 Wii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개발입니다. 물론, 닌텐도가 직접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파트너 회사와 함께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이와타: 반도체 개발은 새로운 기기의 성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굉장히 커다란 요소일 텐데요. Wii 개발 초기에 예상한 것과 완성품 사이의 차이점, 혹은 차이가 없는 점을 알고 싶습니다.

 

시오타: 아주 대략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반도체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기술은 어느 기기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그 핵심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기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Wii는 흔히 말하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탑재하고 있는데 그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다른 기기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개발 초기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사용법적인 측면에서는 예상한 것과 다른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와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인가요?

 

시오타: 방금 전 타케다 전무님도 말씀하셨지만, 보통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사용할 때는 더욱 높은 성능과 화려함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CPU로 말하자면, 연산 능력을 더욱더 늘리는 식이죠. 따라서 사용 전력이 늘어나고 칩도 커집니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자연히 높은 반도체 기술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그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지금 말한 화려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칩을 작게 만들기'도 가능합니다. Wii에서는 그러한 방향으로 기술을 이용하여 소비 전력을 가능한 한 줄였습니다. 칩이 작아지면 기기의 크기 자체도 줄어들고, 칩을 작게 하여 소비 전력을 낮추면 항상 전원을 켜둘 수도 있습니다. 다른 기기와 마찬가지로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면서 사용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이러한 뜻입니다.

 

이와타: 일반적으로 고성능을 마다할 기술자는 없을 듯한데요. Wii라는 기기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조건 높은 성능은 아니라고 정해졌을 때 기술자로서 갈등은 없었나요?

 

시오타: 갈등은 있었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로드맵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역시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특히, '이 기기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아직 확실히 보이지 않았을 무렵에는 불안함이 컸습니다. 소비 전력을 줄인다는 목표 자체는 금방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개발 초기 단계에서 소비 전력을 줄일 방안이 어느 정도 나왔어요.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게임에 활용할지가 명확하지 않아 아무래도 불안과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든 것은, '매일매일 무언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게임기'라는 Wii의 컨셉을 확실히 내세우고 나서부터였습니다. 24시간 대기 상태로 그것이 가능하니까요.

 

WiiConnect24 기능

 

이와타: Wii가 이러한 게임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전환점이라 할 만한 사건이 있었나요?

 

시오타: 소비 전력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던 중,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사용할 경우 기존 기기의 소비 전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한 적이 있는데요. 게임큐브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소비 전력이 4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결과를 봤을 때는 참 놀랐죠. 물론, 단순히 데이터를 보고 놀란 면도 있지만 닌텐도라는 회사의 독창성을 느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보통 새로운 기기를 만들 때는 '기존 CPU보다 몇 배 더 빠른가? 메모리는 몇 배 더 늘어나는가? 폴리곤은 몇 배 더 표시되는가?' 하는 부분을 경쟁하는 데 비해 닌텐도는 '기존과 같은 것을 할 때 전력을 몇 분의 1로 줄일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했으니까요.

 

이와타: 어떻게 그런 고민이 가능했을까요?

 

시오타: 아무래도 닌텐도라는 회사가 늘 '무언가 색다른 것을 하자, 새로운 것을 하자'는 고민을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회사 내부적으로도 그렇지만 다른 회사를 향해서도 항상 그러한 메시지를 전파한 덕분인지 개발 파트너 회사에서도 자연스레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시곤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Wii라는 '평범히 만들어선 나올 수 없는 기기'가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타케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능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성능 저전력'은 누구나 가능하며 '고성능 고전력'을 다른 사람들은 노립니다.

여기서 저희는 Wii를 통해 '저전력 고성능'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나 성능적으로나 최첨단이지만 목표하는 바가 기존 기기와 전혀 다른 셈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진화를 돌이켜봐도 일직선상에서 모두 나란히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속도를 경쟁하는 한편, 하이브리드 차량에 세계적인 시선이 모이기도 합니다. 지금껏 게임기의 진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엔진 파워 겨루기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모든 차가 F1에 나가는 것은 아니죠.

 

시오타: 하이브리드 차량이 환경 성능이라는 새로운 축을 탄생시켰듯, Wii도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기술 경쟁에서 빠지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안에는 수많은 고도 기술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타케다: 최첨단 기술을 지금껏 없었던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기술로 단순히 고성능을 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며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시스템 면에서도 Wii는 닌텐도 64, 게임큐브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복잡합니다. 게다가 Wii는 게임큐브와 호환성을 가지므로 새로움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옛 기능도 남겨두어야 해요.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 있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새로운 매력이 넘치는 게임기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2회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 디자인'

 

이와타: 이어서 Wii의 구조 및 디자인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 타카모토 씨, 무엇을 담당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타카모토: 저는 Wii 본체와 컨트롤러 구조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본체 안에 들어가는 장치, 드라이브 유닛, 실드 케이스 같은 금속 부품 및 커넥터, 그밖에 외장 플라스틱 부분입니다. 기판을 제외한 눈에 보이는 부분의 구조 설계를 담당했습니다.

 

이와타: 지금 세간에 발표된 게임기와 비교하면 Wii는 그 모습이 상당히 이색적인 듯한데요. 우선 압도적으로 작죠. 그 점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타카모토: 말씀하신 대로, '작다'는 것은 Wii가 지닌 큰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에 임할 당시 구체적인 목표는 'DVD 케이스 2, 3장만 한 부피'였습니다. 이건 사장님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었죠. (웃음)

 

이와타: 실제로 DVD 케이스를 쌓아놓고 '이 정도로 하고 싶은데요' 하고요. (웃음)

처음 들었을 때 황당하진 않으셨나요?

 

타카모토: 아뇨, 황당하기보단 당황했습니다. (웃음)

개발 초기에 저는 '이렇게 작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고 다소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만 점점 개발이 진행되면서 그 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Wii라는 기기는 거실 TV 주변에서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존재'여야 했던 것이죠.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TV 주변에는 온갖 전자기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임큐브는 컨트롤러가 유선이었기 때문에 플레이할 때는 당연히 내 앞으로 가져와야 했어요. 그렇지만 Wii는 무선인 데다가 포인팅 디바이스 기능을 가진 컨트롤러의 특성상 TV 근처에 본체를 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물리적으로 공간이 한정되죠. 생각할 법한 곳은 TV 옆 작은 공간이나 선반에 놓인 전자기기 위의 틈새. 그런 공간에 쏙 들어가려면 소형화는 어떻게든 실현해야 할 사항이라 느꼈습니다. 결국 'DVD 케이스 2장'까지는 무리였지만 겨우겨우 'DVD 케이스 3장' 두께로 임무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웃음)

 

이와타: 제가 시켜놓고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쉽게 달성할 목표는 아니었죠. 만드느라 고생한 점을 듣고 싶습니다.

 

타카모토: 특히 고생한 부분은 드라이브 유닛입니다. 외장이나 다른 장치에 할당할 공간을 고려하면 드라이브 유닛은 DVD 케이스와 거의 같은 두께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 점이 상당히 어려웠어요. 게다가 얇아질수록 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Wii는 아무리 고성능이라도 역시 오락기이기 때문에 어린이 이용자가 다룰 것을 전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닌텐도라는 회사는, 기기가 최대한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점에 관하여 사내에 아주 엄격한 기준이 있거든요. (웃음)

그래서 '작은 크기'와 '튼튼함'을 모두 만족하기 위해 몇 번이고 시제품을 만들었다가 실패하고, 또다시 대책을 세웠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하며……. 시행착오 끝에 내부에 보강판을 덧대는 형식으로 겨우 'DVD 케이스 3장' 두께에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와타: 작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모순되는 명제죠. 그밖에 '단순히 작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닌 점'에 대한 일화가 있나요?

 

타카모토: 부피를 줄이는 것을 추구하면서도 고집한 부분은 슬롯인 방식 드라이브 채택이었습니다. 게임큐브처럼 뚜껑이 위로 열리는 방식으로 하면 몇 mm 정도 두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슬롯인 방식은 비용도 들고, 물리적으로 열리는 방식에 비해서 내구성이 떨어질 염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설치 장소에 관한 문제가 있습니다. 여유 공간이 없는 요즘 TV 주변에 Wii를 두고 플레이할 이용자 여러분을 고려하면, 슬롯인 방식 드라이브가 더욱 효율적인 공간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역시 꼭 포함해야 할 사양이었습니다. 이용자의 생활 방식이나 컨트롤러가 무선인 점을 고려해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타: 그러면 다음은 아시다 씨. 무엇을 담당했는지 우선 말씀해주세요.

 

아시다: 네, 저는 Wii 본체와 컨트롤러 디자인, 그리고 패키지와 로고 디자인 같은 것을 담당했습니다.

 

이와타: 아시다 씨는 슈퍼 패미컴 시절부터 닌텐도 하드웨어 디자인을 맡아오셨는데요. Wii 디자인에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시다: Wii 디자인을 구상하며 우선 사내에서 하드웨어에 관한 여러 의견을 들어보니, 방금 타카모토 씨도 이야기했듯이, 일단 다들 TV 주위를 더 이상 어지르기 싫다고 하더군요. 단지 크기에 관한 것이 아니라 형태에 관한 의미로도요. 예를 들어, 닌텐도 64는 곡면이 많은 형태라서 놓을 장소가 한정되는 기기죠. 그래서 커다란 목표 중 하나는 놓기 쉬운 디자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게임큐브에 관한 의견 가운데 많았던 것은 역시 이건 '장난감 디자인'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한 것으로 닌텐도 하드웨어는 슈퍼 패미컴 시절부터 줄곧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상당히 염두에 둔 디자인을 해왔습니다. 전자기기로서의 디자인을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장난감 혹은 오락기로서의 디자인에 중점을 두었죠. 하지만 지금은 이용자 연령층도 달라졌으니 장난감으로서의 디자인과 전자기기로서의 디자인, 두 축을 모두 균형 있게 보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타: 여기서도 모순되는 두 명제가 발생하네요.

 

아시다: 그렇습니다. 장난감에 치우치면 TV 주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고, 전자기기에 치우치면 오락기 디자인으로서 재미가 떨어지죠. 그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폭넓은 고객 여러분이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하고자 나온 키워드가 바로 '싫지 않은 디자인'입니다. 강렬한 개성을 지닌 디자인보다는 Wii를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 기기로 만들자. 장난감도 아니고 전자기기도 아닌, 마치 하나의 인테리어처럼 놓아둘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제가 한 일 중에 하나는 사내에 Wii 디자인팀을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하드웨어 디자인은 보통 어느 한 디자이너가 중심이 되어 진행했거든요. 그렇지만 Wii를 디자인할 때는 사내에 있는 젊은 디자이너를 모아서 여러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지금 형태로 순조롭게 완성되었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지만요…….

 

이와타: Wii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전환점이 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아시다: 확실히 방향성을 정한 것은 본체와 스탠드 조합을 떠올렸을 때입니다. 그 전에 우선 Wii에는 'DVD 케이스 2, 3장 두께'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습니다. DVD 케이스를 목표로 만들다 보니 본체 기본 디자인 역시 직육면체가 되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직육면체를 디자인하기에는 막히는 부분이 있었죠. 그야 직육면체니까요. (웃음)

그런 와중에 젊은 디자이너들이 스탠드를 만들어 본체와 조합함으로써, 본체가 직육면체라도 여러 가지 새로운 형태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와타: Wii 디자인은 스탠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아시다: 네, 물론 본체만으로도 가로 세로 방향 모두 놓을 수 있지만 스탠드와 조합하면 본체가 스탠드에 묻힌 듯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죠. 사실 이렇게 스탠드와 본체가 합쳐진 디자인이 완성된 것은 E3에서 Wii가 발표되기 불과 몇 주 전이었습니다.

 

 

이와타: 저도 이 디자인을 제안받았을 때가 기억나는데요. 뭐, 간단히 말해서 한 방에 OK였죠?

 

아시다: 네. (웃음)

그리고 그 후에 곧바로 E3를 통해 전 세계에 발표되었습니다.

 

타카모토: 그래서 내용물을 만들고 있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일동: (웃음)

 

타카모토: 내부 설계와 외형 디자인은 말하자면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니까요. 오랜 시간에 걸쳐 의논을 했지만 발표할 내용은 사전에 못 들었거든요. (웃음)

 

아시다: 아니, 그, 정말 죄송합니다. (웃음)

저랑 타카모토 씨는 지금껏 쭉 같이 일을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당시는 발표 전에 타카모토 씨하고 의논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타카모토: 물론 기본적인 본체 형태나 대략적인 부피, 그에 따른 구조 설계에 관해서는 사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합의를 했지만요. 그렇다 해도 금시초문인 내용이 갑자기 전 세계에 발표되다니…….

 

일동: (웃음)

 

 

제3회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Wii가 탄생했다'

 

이와타: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제가 느낀 점은 역시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설령 그것이 전례가 없는 목표라고 할지라도요.

 

타케다: 그렇죠. 확실한 컨셉에 기반한 목표가 없었다면 Wii는 이러한 형태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타카모토: 본체 구조 설계를 한 입장에서 보아도, 맨 처음 'DVD 케이스 2, 3장' 두께라는 목표나 E3에서 본체 디자인이 일찍 발표된 과정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작아지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아시다: 파일럿램프가 파랗게 빛나는 기믹도 디자인 그룹이 회의를 하는 자리에 타케다 전무님이 오셔서 '여기는 역시 빛나게 해야지' 하고 반강제적으로. (웃음)

 

타케다: 처음에는 'E3 쇼에서 전시만이라도 하자'는 속셈이었는데 현장에서 아주 반응이 좋다 보니…….

 

타카모토: 안쪽 틈새로 어떻게든 집어넣었습니다. (웃음)

 

이와타: 역시 목표가 있었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군요. 단순히 사양을 끌어올리는 것만 반복한다면 결국 기기가 무거워지고 커질 뿐이니까요. 그보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렇게 하고 싶다'는 지점부터 거꾸로 계산하여 목표를 향해가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타카모토: 본체 안에 있는 팬을 되도록 돌리지 않는다는 과제도 처음에 목표를 잡았기에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LSI 담당 팀은 IC 발열량을 억제해야 했고 디자인팀도 어느 정도 방열성을 염두에 두어야 했는데요. 이것도 '밤중에는 팬을 돌리지 않는다'는 아주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와타: Wii를 24시간 대기 상태인 '잠들지 않는 기기'로 구현하고자 했을 때 그 부분은 양보할 수가 없었어요. 밤중에 게임기 팬이 돌아가면 어머니가 '아이고, 또 켜놨네!' 하면서 전원을 뽑을지도 모르니까요. (웃음)

 

시오타: 반도체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팬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아주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안 그래도 본체 상자가 작아서 IC 발열량에 상당히 제한이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IC 개발은 직접 만들어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설계 후 해당 IC가 완성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깁니다. 그렇다 보니, 무작정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답을 낼 수도 없을 뿐더러 자칫하면 정해진 기간 안에 수정을 마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IC 개발 툴도 발전되어서 미리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지만 IC의 발전을 개발 툴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시뮬레이션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커다란 과제였던 '소비 전력을 줄인다'는 부분에서도 역시 정확한 소비 전력을 예상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실제로 공장에서 칩이 완성되고 거기에 불을 켜서 돌려보기 (칩을 넣은 시스템에 전원을 켜서 가동시키기) 전까지 몇 와트가 될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그 점이 힘들었다고 할까요. 적어도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와타: 휴대형 게임기라면 저소비 전력화를 늘 염두에 두었겠지만 거치형 게임기에서 이런 발상은 처음이었죠?

 

시오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닌텐도 안에 있는 휴대형 게임기팀으로부터 노하우를 배우거나 칩을 설계 제조하는 회사에 도움을 청하기도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IC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 소비 전력을 낮추는 방법도 고민했습니다. 정말, 어찌 보면 뜬구름을 잡는 듯한 작업이었지만, 다행히 닌텐도라는 회사가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한 노하우라고 할까요? 이렇게 막막한 작업을 진행할 때 문제를 재빨리 찾아내서 대처하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어떻게든 완성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와타: 그리고 '이런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창의적인 목표 말고도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아주 현실적인 목표도 있었죠. 그 점에 관해 타케다 씨도 고민을 하셨나요?

 

타케다: 네, 하지만 창의적인 면에서도 '화려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정한 덕분에 Wii는 핵심 기술을 집약하여 특화한 상황이라 애당초 가격적인 면에서 머리를 쥐어짤 만큼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다만, 스탠드나 슬롯인 방식 드라이브처럼 기존 닌텐도 역사에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았던 부분까지 비용을 들인 기기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아시다 씨가 디자인 이야기에서 설명했듯이, Wii는 어린이용 장난감이라기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관여하는 기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겉모습이나 패션적인 부분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판을 튕기는 입장에서는 또다시 모순되는 명제가 발생해서 괴로웠지만요. (웃음)

 

아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Wii 본체는 표면에 광택이 나는 디자인을 채택했는데요. 기존 닌텐도 기기에서는 '시보'라고 해서, 표면이 세세하게 울퉁불퉁한 플라스틱을 사용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흠집이 눈에 잘 띄지 않거든요. 하지만 역시 Wii에서는 질감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광택이 나는 고품질 표면을 채택했습니다. 이렇게 질감을 추구하는 방향성은 Wii뿐만 아니라 앞으로 닌텐도 제품 전체에 적용되리라 봅니다.

 

이와타: 한 마디로, 요즘은 게임기의 질감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되었죠.

 

아시다: 네, 물론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렴한 가격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양한 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질감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장난감 같은 기능성과 내구성은 유지하면서, 겉모습은 장난감 같은 저렴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죠.

 

타카모토: ……디자인팀이 품질을 높이는 쪽에 집중할수록, 내부 설계를 맡은 저희 팀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요. 뭐, 항상 늘 그런 식이죠. (웃음)

 

아시다: (웃음)

 

타케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다투면 항상 제 자리로 찾아옵니다.

일동: (웃음)

이와타: 한 가지 물건을 그렇게 몇 년에 걸쳐 다듬는 것이군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여러분, Wii를 기다리고 계신 많은 분들께 가장 홍보하고 싶은 점을 한 마디씩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시오타: Wii는 지금껏 나온 게임기와 전혀 다르다고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는데요. 그 차이점, 혹은 Wii가 가진 새로움은 실제로 플레이할 때 비로소 와닿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지고 놀면서 그 새로움을 직접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타카모토: Wii는 집안 어디에 어떻게 두어야 할지를 굉장히 고민한 게임기입니다. 역시, 집안 거실 가운데 두고 가족 모두가 함께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시다: 음, 디자인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Wii는 세로로 놓고 사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스탠드랑 함께요!

 

일동: (웃음)

 

타케다: Wii는 판매 후에도 닌텐도가 본체 OS 업데이트 형식으로 관여할 수 있는 첫 기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더욱 큰 재미와 즐거움이 펼쳐질 수 있는 기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리며, 저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타: 감사합니다. 이렇게 곰곰이 돌이켜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삼 느낀 점은 지금껏 저희가 해온 일이 모두 헛된 일이 아니라,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저희도 지금 몹시 두근두근 설레고 있습니다.

 

 

원문: https://www.nintendo.co.jp/wii/topics/interview/vol1/

社長が訊く Wii プロジェクト - Vol.1 Wii ハード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