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재해 회고록⑤ '두 번의 출항' / 파이널판타지14

※ 2014년 8월, 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 탄생 1주년을 맞이하여 실시한 이벤트 '에오르제아 생탄제 (エオルゼア新生祭)' 당시 웹 사이트에 총 5회에 걸쳐 연재된 글 (원문링크)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제7재해는 에오르제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다양한 인물들이 총 5회에 걸쳐 제7재해를 돌이켜봅니다.

 

제7재해 회고록① '영광의 승리호'

제7재해 회고록② '여왕 폐하와 일곱 라라펠'

제7재해 회고록③ '떠나간 벗, 찾아온 벗'

제7재해 회고록④ '그녀가 보낸 15년'

 

제7재해 회고록⑤ '두 번의 출항'

 

돛을 활짝 펼친 배가 미끄러지듯 서서히 항구를 떠나간다.

알피노와 알리제는 벼랑 위에 서서, 멀어지는 배를 아버지 프슈노와 함께 배웅했다.

그 배에는 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할아버지 '루이수아 르베유르'가 타고 있었다.

 

'정말 배가 떠났구나……'

 

점점 작아지는 배를 바라보며, 오빠인 알피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한편, 여동생 알리제는 우느라 빨개진 눈으로 흘깃 한번 쳐다볼 뿐, 오빠가 한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똑같이 생긴 쌍둥이였지만,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는 태도는 전혀 달랐다.

오빠는 담담한 듯 현실을 받아들였고, 동생은 소리쳐 울며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담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마도서를 품 안에 꼭 붙들고 있는 점은 둘 다 마찬가지였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쏙 닮은 쌍둥이였다.

 

 

'마법대학에 합격한 축하선물이라 하기는 뭐하지만, 너희 둘한테 줄 게 있구나.
이건 두 권이 한 쌍인 마도서란다. 언젠가 분명 이 안에 적힌 게 무엇인지 알게 될 날이 올 게다.
그때까지 둘이 사이좋게 꼭 붙어 다니거라'

 

할아버지 루이수아가 떠나기 전날, 쌍둥이한테 건네준 것은 참으로 신비한 책이었다.

두 권이 한 쌍인 마도서이며, 한 권만 가지고는 절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샬레이안에서 제일 가는 현자라 불리는 루이수아답게 장난기 가득한 물건이었다.

 

'고맙습니다. 조부님'

 

알피노는 도저히 열한 살짜리 어린아이 같지 않은 공손한 예의범절로 책을 받아들었다.

반면, 알리제는 딱 그 또래 아이들처럼 책을 덥석 집어 들고선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진짜로 떠날 거예요? 안 가면 안 돼요?'

 

'그러지 마, 알리제. 조부님이 곤란해 하시잖니'

 

할아버지 루이수아가 샬레이안 본국을 떠나 머나먼 에오르제아 땅으로 간다는 걸 알게 된 것은 한 달 전쯤이었다.

곧 다가올 '제7재해'라는 위기에서 에오르제아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알피노는 내심 섭섭하긴 했지만, 사명을 다 하기로 굳게 결심한 할아버지 뜻을 헤아려서 여행을 말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리제와 프슈노는 그렇지 않았다.

알리제는 그저 할아버지와 떨어지기 싫다는 마음 때문에, 프슈노는 정치적 신념 때문에 반대했다.

현자 루이수아의 맏아들이자, 쌍둥이의 아버지인 프슈노는 도시국가 '샬레이안'을 이끄는 '철학자 의회'에 속한 유력 의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다른 주요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에 끼어드는 것을 내키지 않아 했다.

 

북방대국 '갈레말 제국'이 에오르제아 6대 도시 중 하나인 강호 '알라미고'를 침략했을 때 앞장서서 평화교섭을 추진한 것도 프슈노와 동료들이었다.

그러나 이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그 대신 에오르제아에 짓고 있던 개척도시를 포기하자고 제안한다.

5년에 걸쳐 철저히 준비한 뒤, 모든 도시 주민을 한꺼번에 북해 제도에 있는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대철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하여 제6성력 1562년, 저지 드라바니아 지방에 존재하던 개척도시 '샬레이안'은 하룻밤 만에 텅 비게 되었다.

당시, 한 살이던 알피노와 알리제도 아버지를 따라 본국으로 피난했다고 한다. 물론 둘 다 기억은 못하지만 말이다.

 

'아버님, 전쟁은 야만인이나 하는 짓입니다.
싸움을 피할 줄 알아야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이지요…….
우리 샬레이안 사람은 전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역사의 관찰자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계속 지식을 쌓고, 후세에 전합시다…… 그래야만 인류는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알리제가 한 말에 맞장구치듯, 프슈노가 자기주장을 펼쳤다.

최근 한 달 동안, 몇 번이나 오고 갔던 논쟁이다.

 

'프슈노, 그래도 내 마음은 변함없단다.
도와야 할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내 한 몸 걱정하며 돕지 않는 건 그저 게으름일 뿐이야.
그러면서 어찌 인류가 앞으로 나아간다 하겠느냐.
물론, 이 아이들을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하려는 네 마음도 잘 안다.
그러니 너를 꾸짖지도, 다 같이 에오르제아에 돌아가자는 말도 하지 않으마.
너희 스스로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거라'

 

말리겠다는 사람이나, 떠나겠다는 사람이나 줄곧 같은 말만 되풀이하니 결론도 바뀌질 않았다.

한편, 알피노와 알리제는 '신동'이라 칭찬받을 만큼 똑똑한 아이들이었다.

에테르학, 역사학, 박물학을 깊이 배워, 불과 열한 살 나이로 '샬레이안 마법대학'에 들어갔을 정도다.

 

그만큼 현명한 아이였기에, 알피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양쪽 의견 모두 타당한 면이 있다고 여기면서도 할아버지 쪽으로 좀 더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알피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하지만 지금 자신한테 할아버지를 도울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반면, 알리제는 감정적으로 행동했다. 어른스러운 척하는 오빠하고 달리 자신이 아직 어린아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듯했다.

어린아이답게 그저 할아버지랑 떨어지기 싫었고,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오빠한테 화도 났다.

사이좋던 쌍둥이는 조금씩 갈라서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에오르제아로 떠나고 얼마 뒤, 운명의 날이 찾아왔다.

그날 알피노와 알리제는 학교 친구, 교수들과 함께 마법대학 부속 천문대 안에 모여있었다.

서로 번갈아 거대 망원경을 지켜보며 달의 위성 '달라가브'를 관측하고 있었다.

 

'달라가브가 부서졌어!'

 

관측석에 앉아 있던 알리제가 외쳤다.

여러 장 겹친 커다란 렌즈를 통해 바라본 카르테노 하늘은 몹시 흐릿했지만, 그래도 위성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건 알아볼 수 있었다.

 

'정말이야!? 떨어지지 않은 건가!'

 

'그래! 할아버지가 해낸 거야!'

 

두 사람은 평소 알고 지내던 현자 '위리앙제'한테 할아버지 소식을 계속 전해 듣고 있었다.

그래서 루이수아가 저 붉은 별 아래, 카르테노 평원에서 '달라가브'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작전이 성공했다며 기뻐하는 동생을 뒤로 한채 알피노는 망원경 접안렌즈를 들여다본다.

대기가 뒤틀리고 어마어마한 먼지가 뒤덮은 탓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동생이 말한 것처럼 '달라가브'는 제 모습을 잃어버린 듯하다.

 

'그런데 왠지…… 느낌이 안 좋아.
에오르제아 하늘을 비추는 저 섬뜩한 빛은 대체 뭐지……'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머나먼 땅에서는 빛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 뒤로 한동안, 흐트러진 에테르 때문에 링크셸 통신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그곳에서 진짜로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은 몇 주가 지나고 도착한 위리앙제의 편지 덕분이었다.

'달라가브'가 부서지며, 그 안에서 검은 야만신이 나타나 에오르제아 곳곳을 불태웠고 루이수아가 이것을 막고자 직접 '신을 불러내는 의식'을 치르고 나서야 야만신은 사라졌다고 했다.

충격스러운 내용이 이어지던 그 편지는 이런 말로 끝을 맺었다.

 

'우리 스승, 루이수아는 빛이 되어 카르테노에서 사라졌노라'

 

두 사람은 울었다. 알피노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알리제는 소리 높여 울었다.

 

 

그리고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돛을 활짝 펼친 배가 미끄러지듯 서서히 항구를 떠나간다.

알피노와 알리제는 갑판 위에 서서, 멀어지는 항구에 서 있는 아버지 프슈노를 바라보았다.

현자 루이수아의 피를 이어받은 쌍둥이가 이제 배를 타고 있다.

두 사람은 당당히 마법대학을 졸업하고, 샬레이안 나이로 치면 성인이라 할 수 있는 열여섯 살이 되었다.

그래서 아버지 프슈노 역시, 반대는 하면서도 이미 독립한 쌍둥이가 떠나겠다는 것을 억지로 막지는 않았다.

 

'정말 배가 떠났구나……'

 

알피노는 5년 전 할아버지를 배웅했을 때와 같은 말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래…… 맞아. 우리는 가야만 해.
할아버지가 구하려 했던 에오르제아로 말이야!'

 

이번에는 알리제가 힘차게 대답했다.

알피노는 그 가슴속에 품은 생각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장한 체구와 이제 제법 어울리는 마도서를 허리에 꼭 매달고 있는 점은 둘 다 마찬가지였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쏙 닮은 쌍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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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도시를 '림사 로민사'로 할 경우, 배를 타고 에오르제아에 찾아온 알피노와 알리제를 만날 수 있다.

 

알피노와 알리제는 서로 생각이 달라 종종 충돌하기도 한다.

알피노와 알리제가 가진 마도서.

두 권이 한 쌍이다.

 

루이수아, 알피노와 알리제 그리고 제7재해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는 대미궁 바하무트 해후 침공 진성 편에서 다루고 있다.

 

쌍둥이의 성씨 '르베유르 (Le veilleur)'는 프랑스어로 '감시자, 관찰자'라는 뜻인데 아버지 프슈노 르베유르가 샬레이안 사람이 '역사의 관찰자'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역할을 반영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학술도시 '샬레이안'은

에오르제아 북서쪽 개척도시 샬레이안과

북해 제도 샬레이안 본국 두 곳이 있었다.

 

개척도시 샬레이안에 있던 주민은

제국 침략 당시 '대철수'를 통해

모두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그중 몇몇은 에오르제아에 남아 활동하고 있다.

 

새벽의 혈맹 현자들이 바로 이러한 샬레이안 출신이다.

 

 

샬레이안 현자는 몸에 특유의 문신을 하고 있다.

목덜미에 있는 글자처럼 생긴 것과

눈 모양 마크 두 가지가 있다.

 

참고로, 제7재해 이후 산크레드 옷깃에도

눈 모양 마크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크리스탈 타워 연대기 퀘스트에 나오는 '그라하 티아'도 샬레이안 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