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4 - 드래곤어 개론 (An Introduction to Dragonspeak)

 

An Introduction to Dragonspeak (2015.01.22) (원문: 링크)

드래곤어 개론

 

 

패치 2.5 이후 영어판과 일본어판 드래곤 대사 길이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에오르제아 드래곤족과 그 언어를 비롯하여 

영어판 현지화 팀에서 이러한 고대 종족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살짝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주 사소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말했듯이, 드라바니아 드래곤이 사용하는 고유 언어는 패치 1.0이 나오기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 당시 제가 받은 배경 설정은 드래곤이 수천 년 동안 살아왔으며 매우 지능이 높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는 자연스레 그러한 기준에 맞춰 여러 규칙을 세웠습니다.

 

 

우선, 저는 이들이 쓰는 언어가 아주 경제적이리라 여겼습니다.

수천 년에 걸쳐 다듬어진 덕분에 긴 단어는 짧아지고 복잡한 발음은 없어졌죠.

별 뜻이 없는 단어 역시 싹 사라졌으며, 비슷한 뜻을 지닌 단어로 대체됩니다.

(유의어 사전이여 안녕!)

 

 

그리고, 이러한 드래곤들이 오랫 동안 함께 살면서 

서로 같은 언어만 계속 쓰다 보니 신비한 능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할지 문맥뿐만 아니라 언어적 감각으로 알아채는 것입니다.

마치 50년 동안 함께 지낸 부부가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이해하듯이요.

오랜 세월 쌓인 대화량을 통해 얻은 육감이라고 할까요.

자, 이제 이러한 감각을 50년, 100년, 혹은 더 오랜 세월 동안 키우면 드래곤족처럼 됩니다.

이렇게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무엇을 말할지 알아채는 능력은 분명 그들 언어에도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한 단어로 여러 가지 뜻을 담아낼 수 있는 식이죠.

예를 들어, '살 (flesh)'이라는 단어는 '피', '몸', '물질적인', '구체적인', '관계' 같은 뜻으로 이어집니다.

(명사, 형용사, 부사 간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짐)

드래곤족은 문맥이나, 단어가 문장 안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억양이나 음길이의 미묘한 변화,

상대방과 지금껏 대화하며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해당 단어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파악합니다.

 

 

그러니, 드래곤족이 아닌 자가 드래곤어를 배우려 한다면

(드래곤에 비해) 짧은 그 삶을 다 바쳐도 개념이해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드래곤족이 아닌 자가 드래곤을 이해하려면 

드래곤이 그들의 언어로 말해주거나, 

'초월하는 힘'을 지니는 수밖에 없습니다.

 

 

초월하는 힘이 무언가를 '번역'할 때는

'듣는 이의 정신력'과 '하이델린의 가호'가 함께 작용합니다.

 

'듣는 이의 정신력'이 기존에 익힌 언어적 배경을 이용하여 

들은 내용을 좀 더 익숙한 것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하이델린의 가호'는 이와 관련된 지식을 제공합니다.

 

 

반면, 드래곤이 다른 언어를 말할 때 번역을 하는 것은 드래곤 본인입니다.

그러므로 번역한 대상 언어(우리 입장에서는 에오르제아어/영어)에서

드래곤족 원래 말투가 어느 정도 묻어나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더 짧고 간결하면서, 애매모호한 내용으로 가득하지만요.

 

 

드래곤족이 해당 언어를 얼마나 잘 아는지 또한 말투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들은 여러 시대에 걸쳐 에오르제아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미 아주 오래 전에 에오르제아 언어를 익혔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 뒤로 에오르제아 사람들과 별 교류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드래곤족이 요즘 말투를 잘 쓰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드래곤족한테는 고풍스러운 옛 말투가 더 어울릴 것 같았죠.

(물론 드래곤족 자체도 아주, 아주 나이가 많기도 하니까요)

 

 

그러다 마침내 패치 2.5에서 어느 드래곤이 플레이어와 직접 대화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 드래곤은 본인 언어가 아닌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우리 영어판 현지화 팀이 이 장면에서 사용할 비교적 장황한 일본어 대사를 전달받았을 때,

제가 만든 드래곤어에 맞춰 번역한다면 캐릭터 및 말투에 잘 들어맞을 것 같았습니다.

훨씬 더 함축적이지만 일본어에 있던 핵심 내용은 담아내는 식이었죠.

그 결과 영어판 대사 길이가 일본어판보다 다소 짧아진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어와 영어 문법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내용상으로는 두 버전 사이에 큰 차이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번역을 거치지 않은 일본판이 더 많은 비밀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자, 오늘 할 이야기는 끝났으니, 저는 다시 골드 소서 번역으로 돌아가야겠군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글을 마무리하는데 오래걸렸네요.

아마.. 드래곤은 머지않아 더 많이 말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걸론 설명이 부족하다는 열광적인 설정덕 여러분을 위해

3.0이 나올 무렵 (아니면 3.0이 나온 직후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요시P 손에 달렸지만)

드래곤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그때까지...

 

 

[S][h]ess fta[h]r a[h]!

 

(Please look forward to it!)

 

기대하시라!

 

 

 

 

+ 더 자세한 드래곤어 강좌

A Lesson in Dragonspeak

http://tenshield.tistory.com/2726

드래곤어 강좌 / 파이널판타지14 창천의 이슈가르드

 

 

+ 몇 가지 추가 질문 & 답변

 

 

1) 언어를 지닌 종족은 드래곤어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나요?

 

언어를 지닌 에오르제아 종족은 드래곤어를 아주 살짝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들은 드래곤족을 기껏해야 몇 번 만난 정도입니다. 지난 천 년 동안 말이죠.

그래서 드래곤어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 또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문자로 된 드래곤어도 없는 데다가, (대신 지금껏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옮겼죠)

언어학자가 아닌 이상 배워봤자 별 쓸모도 없으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말하는 드래곤을 볼 기회조차 없다 보니 어디서 제대로 써먹을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에오르제아에 남아있는 연구자료도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구브라 환상도서관에서 보관하던 중요한 책들은 샬레이안이 도시를 버리고 본국으로 떠나면서 다 가져갔거든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드래곤어를 완전히 익히기란, 몇천 년을 살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몇몇 축복받은 에오르제아 사람은 '초월하는 힘'을 지닌 덕분에, 뇌 속에서 이러한 언어를 해독할 수 있죠...

거기에 지난 몇 년 사이 드래곤족을 만날 만큼 운도 좋았다면...

그 사람은 아마 몇 세기를 통틀어 드래곤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일 겁니다.

 

 

2) 드래곤족은 에오르제아어를 얼마나 할 수 있나요?

 

드래곤족은 대부분 에오르제아어를 할 수 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드래곤어를 할 줄 모르는 여러 문화권을 상대해왔습니다.

그래서 상대방 언어로도 말할 수 있어야 좀 더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죠.

그렇다 보니, 드래곤족은 종종 말을 바꿔가면서 여러분하고 소통하는데요.

이건 결국 여러분이 이야기하는 드래곤족의 사고방식에 달려있습니다.

어떤 드래곤족은 여러분이 초월하는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모르는 탓에,

처음 만났을 때 에오르제아어로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만난 다른 인간처럼 당연히 드래곤어를 못 알아들을 줄 알고 말이죠)

 

반면, 어떤 드래곤족은 여러분을 깔보려고 에오르제아어를 쓰기도 하는데요.

드래곤족이 보기엔 쉽고, 미개한 언어를 쓰는 인간 역시 그만큼 쉽고 미개하다 여기기 때문이죠. (참 고마워요, 미드가드르오름)

그밖에도 드래곤족이 에오르제아어를 쓸 때가 있는데, 초월하는 힘이 없는 사람이 곁에 같이 있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주위 사람들 몰래 초월하는 힘을 지닌 여러분하고만 대화하고 싶을 때는 드래곤어를 쓸 수도 있습니다.

 

 

3) 처음 질문을 보면, 에오르제아 보통사람은 드래곤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럼 구브라 환상도서관에 있던 참고자료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샬레이안 사람들은 본국으로 떠나면서 가장 귀한 책을 모두 챙겨갔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남은 것은 아니죠. 

샬레이안 사람들은 어쨌든 서둘러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 여겨서, 많은 물건을 그대로 놔둔 채 갔습니다.

대부분 여분이 있는 책이나, 본국에 사본이 있던 책이었어요.

하지만 바닥에 널려있는 책이라도 흥미진진한 정보는 충분히 들어있을 법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