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재해 회고록③ '떠나간 벗, 찾아온 벗' / 파이널판타지14

 

※ 2014년 8월, 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 탄생 1주년을 맞이하여 실시한 이벤트 '에오르제아 생탄제 (エオルゼア新生祭)' 당시 웹 사이트에 총 5회에 걸쳐 연재된 글 (원문링크)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제7재해는 에오르제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다양한 인물들이 총 5회에 걸쳐 제7재해를 돌이켜봅니다.

 

제7재해 회고록① '영광의 승리호'

제7재해 회고록② '여왕 폐하와 일곱 라라펠'

제7재해 회고록④ '그녀가 보낸 15년'

제7재해 회고록⑤ '두 번의 출항'

 

제7재해 회고록③ '떠나간 벗, 찾아온 벗'

 

카르테노 전투는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마무리되었다.

달의 위성 '달라가브'의 파편이 무수히 쏟아진 평원은 무참히 망가져서 마치 '일곱 지옥'이 땅 위에 나타난 듯한 모습이었다.

 

'카느 에 님! 생존자를 찾았습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카느 에 센나가 뒤돌아본다.

진흙투성이가 된 장비를 몸에 걸친 쌍사당 병사가 손을 크게 흔들고 있다.

 

'이쪽입니다. 마도 아머 잔해 밑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습니다!'

 

 

카느 에가 다가가서 살펴보니, 검은 잔해 밑에서 분명 어렴풋이 소리가 들렸다.

병사가 다섯 명쯤 모여서 다 같이 힘을 합쳐 조심스레 잔해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 밑에서 발견된 것은 쌍사당 병사가 아니었고, 에오르제아 동맹군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마도 아머처럼 검은색 장비를 입은 갈레말 제국군 병사였다.

아직 소년티가 나는 어린 적군 병사가 배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다. 종족은 휴런족이다.

아마도 식민지에서 징병당해 왔을 한 젊은이가 에오르제아라는 먼 이국땅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지만…… 여차하면 단칼에……'

 

병사들 속에서 몸집 큰 엘레젠족 하나가 걸어 나오더니, 비췻빛 칼을 뽑아들었다.

 

'그만두세요. 제국 병사라도 지금은 그저 다친 사람일 뿐입니다.
저항도 못 하는 자를 굳이 해쳐서, 손에 피를 묻히는 건 용납하지 않겠어요.'

 

병사는 뭔가 말하려다 그대로 물러났다.

카느 에는 규화목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지팡이 '클라우스트럼'을 들고 정신을 집중했다.

 

'맑고 깨끗한 생명의 바람이여, 이 자를 에워싸고 상처를 낫게 하소서……'

 

속삭이듯 주문을 외우자, 부드러운 바람이 일더니 땅에 누워있던 젊은이의 몸을 에워쌌다.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표정이 풀어지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이제 목숨은 건졌을 겁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곧바로 후송해서 안정을 취하게 하세요'

 

'옙…… 알겠습니다!'

 

쌍사당 병사들은 힘없이 늘어진 젊은이를 데리고 떠났다.

카느 에는 그 뒤로도 적군 아군 가리지 않고 부상자를 몇 명이나 구했다.

그렇지만 찾아낸 전사자 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이렇게 큰 희생을 치르고도 제7재해를 막아내지 못하다니……'

 

카느 에는 숲의 도시 '그리다니아'를 이끄는 자로서 많은 사람을 전쟁터로 보냈다.

그것은 '제7재해'라는 재앙을 미리 막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달라가브는 떨어졌고, 그 안에서 나타난 '검은 야만신'이 세상을 불태웠다.

제7재해는 막지 못했다.

싸움이 끝난 뒤에도 카르테노에 남아 생존자를 찾으며 구조 활동을 지휘하던 카느 에는 자신이 내린 결정이 정말 옳았는지 계속해서 스스로 되물었다.

물론 고향 '그리다니아' 쪽 상황도 걱정됐지만,

그곳에는 '삼중의 환술황'인 여동생과 남동생뿐만 아니라 노련한 도사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주리라 믿었기 때문에, 그녀 역시 전쟁터에 계속 남아 전투를 이끈 자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잠도 거른 채 쉬지 않고 구조 활동을 이어가며 상당한 생명을 구해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생존자 발견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동료들 목숨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던 장병들 사이에서 점점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 가운데는 고향에 가족을 두고 온 자도 많았다. 어찌 걱정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제 더는 힘들겠어……'

 

그렇게 생각한 카느 에는 고위장교를 모아서 부대 철수 준비를 지시했다.

그리고 본인은 혼자 또다시 전쟁터로 향했다. 찾아야 할 물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줄곧 마음에 걸렸지만, 구조 활동을 하느라 바빠서 찾아 나서질 못하고 있었다.

예전 기억과 에테르 흔적을 더듬어 가며, 엉망이 된 땅을 헤매고 다니길 몇 시간……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

 

'아아, 다행이야……'

 

식은 잿빛처럼 칙칙한 바위 그림자 뒤에, 부러지고 깨진 지팡이가 놓여있었다.

이름난 지팡이 '투프시마티'였다.

카느 에 자신도 자세한 이유는 몰랐지만,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마법적 감성을 지닌 '뿔의 아이'였으므로 이 지팡이에 깃든 힘은 느낌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현자 루이수아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으니, 그 유품만이라도 앞으로 그의 뜻을 이어갈 자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오직 그 생각 하나로 찾고 있던 물건을 떠나기 직전 운 좋게 발견한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카느 에는 현자 루이수아가 자신을 이끌어 준 것만 같았다.

 

며칠 후, '그리다니아'로 돌아온 카느 에는 복구 활동을 돕고 있던 샬레이안 현자들과 다시 만났다.

휴런족 '이다'와 라라펠족 '파파리모'로, 두 사람 다 루이수아가 만든 조직 '구세시맹'의 일원이었다.

 

'두 분께 전해드릴 물건이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내민 것은, 목수 길드에서 만든 자단나무 상자에 담긴 '투프시마티'였다.

 

'루이수아 영감님……'

 

부러진 지팡이를 보고, 그제야 스승으로 받들던 자의 죽음을 실감했는지 두 사람은 하염없이 울었다.

평소 자기감정에 솔직한 이다뿐만 아니라, 침착한 독설가 파파리모 또한 사람들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커다란 눈물방울을 폭포처럼 떨구며…….

 

잠시 후 침착함을 되찾은 파파리모가 '투프시마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팡이 머리가 고대에 조각된 영험한 '석판' 두 장과

샬레이안에서 보물로 전해 내려온 '뿔피리'로 만들어졌다는 것,

'투프시마티'가 바로 '신을 불러내는 비술'을 실현할 열쇠라고 했던 현자 루이수아의 말도 함께 말이다.

 

'부서지긴 했지만, 이게 다른 사람 손에 안 넘어가서 다행이에요.
어차피 루이수아 영감님 말고 투프시마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없겠지만, 신을 불러내는 열쇠가 될 물건이 사악한 자들 손에 넘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고맙습니다, 카느 에 님'

 

'이제 정말 새 출발 할 수 있겠군요…….
마침 저희가 이번에 새로운 조직을 세우기로 했거든요'

 

두 현자는 바로 얼마 전 결정되었다는 계획을 알려주었다.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열두 기적 조사회'와 샬레이안 현자들로 이루어진 '구세시맹',

이 두 조직을 합쳐서 새 조직을 세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현자 루이수아가 이루려 했던 '에오르제아 구원'을 위해, 그리고 야만신 문제를 비롯하여 아직 이 땅에 남아있는 여러 문제에 힘을 쏟기 위해서라고 한다.

위대한 현자 루이수아는 카르테노 땅에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 뜻을 이어받은 자들이 에오르제아에 남아 있다.

카느 에는 그들이 있다는 것을 든든하게 여기며, 앞을 향해 나아가려는 모습을 본받으리라 다짐했다.

 

그 뒤로 5년이 지난 지금도 카느 에는 스스로 되묻곤 한다.

카르테노 땅에서 죽어간 자들에게, 현자 루이수아에게

떳떳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카느 에 님, 정령평의회에 가실 시간입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카느 에 센나가 뒤돌아본다.

새하얀 가죽갑옷을 입은 휴런족 젊은이 한 명이 서 있다.

재해 뒤에 만들어진 환술황 직속 위병대 '흰 뱀 파수꾼'에 속한 자였다.

그때 마도 아머 밑에서 구해낸 소년이, 이제는 어엿한 젊은이로 성장해서 생명의 은인 카느 에를 지키게 된 것이다.

 

'자, 그러면 말없는 선인의 좌탁으로 가볼까요'

 

설령 적으로 만났더라도, 서로를 이해한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현자 루이수아가 살아남은 자들에게 맡긴 '새로 태어날' 희망을 이루기 위해 떠나간 벗에게 기도하며, 찾아온 벗과 함께 걸어가리라.

카느 에 센나는 햇살 머금은 작은 숲길을 지나 회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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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의 환술황

그리다니아의 지도자 격인 카느 에 센나 (맏언니), 라야 오 센나 (둘째 여동생), 아 룬 센나 (막내 남동생) 세 남매를 이르는 말.

 

그리다니아 검은장막 숲에 사는 휴런 족 가운데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뿔의 아이'로, 백마법을 사용하거나 정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뿔의 아이는 수명이 길고 잘 늙지 않기 때문에 어린아이처럼 보여도 실제 나이는 훨씬 더 많기도 하다.

 

환술사 길드마스터 '에 스미 얀'이나 '오 아파 페시' 같은 NPC도 뿔의 아이로 등장한다.

 

카느 에 센나가 사용하는 지팡이 '클라우스트럼'

'클라우스트럼 Claustrum'은 라틴어로 열쇠라는 의미를 가졌으며 숲의 정령이 친 결계를 풀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한다.

 

현자 루이수아가 사용한 지팡이 '투프시마티[운명의 석판]'

샬레이안 현자 루이수아가 사용하던 지팡이.

'투프시마티 Tupsimati'는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석판'에서 이름을 따온 듯하다.

지팡이 머리에 지식의 신 '살리아크' 문양이 새겨져 있다. 새벽의 혈맹에서 보관 중.

 

 

말없는 선인의 좌탁에서 카느 에를 지키는 '흰 뱀 파수꾼' 일원

그밖에도 쌍사당 소속 부대로

'하얀 늑대 부대 (白狼隊)'

'푸른 오소리 부대 (青洛隊)'

'붉은 수달 부대 (朱獺隊)'

'검은 멧돼지 부대 (玄猪隊)'

모험가로 이루어진 '노란 뱀 부대 (黄蛇隊)'가 있으며 각 부대 이름은 그리다니아 관문 이름하고도 같다.

 

(※ 단, 한국어판에서는 늑대부대, 오소리부대, 독사부대로 간략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