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재해 회고록④ '그녀가 보낸 15년' / 파이널판타지14

※ 2014년 8월, 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 탄생 1주년을 맞이하여 실시한 이벤트 '에오르제아 생탄제 (エオルゼア新生祭)' 당시 웹 사이트에 총 5회에 걸쳐 연재된 글 (원문링크)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제7재해는 에오르제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다양한 인물들이 총 5회에 걸쳐 제7재해를 돌이켜봅니다.

 

제7재해 회고록① '영광의 승리호'

제7재해 회고록② '여왕 폐하와 일곱 라라펠'

제7재해 회고록③ '떠나간 벗, 찾아온 벗'

제7재해 회고록⑤ '두 번의 출항'

 

제7재해 회고록④ '그녀가 보낸 15년'

 

처음 그를 만난 것은 열두 살 때였다.

그의 나이는 열일곱. 나이 차이는 고작 다섯 살밖에 안 났지만 아직 어린 소녀였던 '아실리아' 눈에는, 이 청년 '산크레드'가 무척 어른스럽게 보였다.

제6성력 1562년, 아실리아는 제국군의 이중첩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사막도시 '울다하'에 찾아왔다.

하지만 이때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낯선 땅에서 고아가 된 그녀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나선 미코테족 여성, '프라민'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 '사고' 당시, 우연히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산크레드 또한 그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제국군에 쫓기지 않도록, 가짜 이름을 쓰라고 권한 것도 산크레드였다.

그는 떠돌이 음유시인이었기에 늘 곁에 있어 준 것은 아니지만, 일이 있어 울다하에 들를 때면 거의 빠짐없이 그녀가 잘 지내는지 보러오곤 했다.

 

'민필리아! 조금 늦긴 했지만, 생일선물 가져왔어'

 

 

그 '오빠'한테 한 통의 편지를 받은 것은

'민필리아'라는 새 이름에도 완전히 익숙해졌을 무렵이다. 그녀는 열여덟 살이 되었다.

생일선물이라며 가져온 미스릴 단검과 함께 건네받은 그 편지가,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편지를 보낸 사람 이름은 '루이수아 르베유르'. 당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라 이상하다 여기며

우아한 필기체로 적은 서명을 보고 아름답다 느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 편지를 쓴 건, 내 은인이야.
림사 로민사에서 망나니처럼 지내던 나를 거둬서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 사람이지'

 

'제대로 살아가는 법이요?
가는 곳마다 여자를 꼬시고 다니는 떠돌이 음유시인 생활이 제대로 살아가는 법인 줄은 미처 몰랐네요'

 

민필리아가 비아냥거리자, 산크레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받아넘기고선 일단 편지부터 읽어보기를 권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봉투를 열고 눈으로 내용을 훑다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첫 구절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를 본 적이 있다고 들었네"

 

민필리아는 분명, 딱 작년 이맘때부터 이따금 '환시'를 겪곤 했다.

환상처럼 느닷없이 나타나는 옛 사건들. 그리고 무언가로 이끌 듯이 속삭이는 별의 목소리…….

지금껏 자신을 돌봐준 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프라민에게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번, 이 정체모를 '오빠'를 만났을 때 살짝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산크레드! 설마 그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 말한 거예요!?'

 

민필리아는 비밀을 쉽게 말해버린 산크레드한테 화를 냈다.

그러나 그는 평소와 달리 몹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미안해, 민필리아.
근데, 우리 스승님은 샬레이안에서도 이름난 현자야…….
이런 일엔 전문가나 다름없어. 그러니까 조금만 진정하고, 편지를 끝까지 읽어줄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산크레드 판단이 옳았던 것 같다.

민필리아는 현자 루이수아가 보낸 편지 덕분에, 자신한테 생긴 능력이 '초월하는 힘'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고 옛 기록에 따르면 '재해'가 눈앞에 닥쳐왔을 때 반드시 '초월하는 힘'을 가진 자가 나타난다고도 했다.

대홍수가 일어났던 '제6재해' 당시 사람들을 구했던 '열두 현자'나, 그보다 더 옛날 영웅들도 이러한 능력자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옛 문서에 적혀 있다고 해서 모두 다 진실인 것은 아니다. 때론 이야기가 과장되고, 뒤바뀌거나 왜곡될 수도 있다.

그러나 루이수아는 이 문서에 '초월하는 힘' 중 하나로 '과거시'에 관한 내용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산크레드, 진심이에요?'

 

민필리아가 편지를 다 읽은 뒤, 산크레드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민필리아. 나도 스승님도 진심으로 믿고 있어.
네가 얻은 '초월하는 힘'이 세상을 구할 열쇠가 될 거라고 말이야'

 

그리고서 산크레드는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본인이 루이수아가 만든 '구세시맹'이라는 조직에 속해있다는 것과 갈레말 제국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에오르제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더욱이,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비밀 임무를 수행하러 울다하에 왔던 것이라고 하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물론, 너한테 능력이 있다고 해서 세상을 구하라고 명령할 생각은 없어.
단지, 그 힘이 뭔지 깨닫고 어떻게 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랄 뿐이야.'

 

이 일을 계기로 민필리아는 현자 루이수아와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그러면서 옛 문헌을 해독하여, '초월하는 힘'이 무엇인지 조사하며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지 거듭 고민했다.

그리고 민필리아가 내린 결론은, 자신하고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힘을 올바르게 쓸 방법을 찾기 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루이수아에게 전하자, 그는 반가움을 표했다.

하지만 끝에 한 가지 충고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람은 자신하고 다른 힘을 가진 자를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며, 배척하려 드는 법이네.
능력자를 모을 땐, 부디 사람들한테 두려움을 사지 않도록 하게나"

 

민필리아는 현자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자신이 세운 조직을 겉으로는 '에오르제아 열두 신의 기적을 조사하는 모임'처럼 꾸며서, 어디든 있을 법한 종교 단체로 보이게 했다.

'열두 기적 조사회'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때 민필리아는 스무 살이었다. 아직 많이 서투르고 어리긴 했지만,

루이수아와 '구세시맹' 현자들이 여러모로 뒤에서 힘써준 덕분에 이제 갓 출발한 조직치고는 순조롭게 나아갈 수 있었다.

뛰어난 인재와 함께 하나둘씩 능력자가 모여들며 차근차근 활동을 시작했다.

 

시간은 흘러, 제6성력 1572년이 되었다.

갈레말 제국 장군, 넬 반 다르누스가 꾸민 '메테오 계획'이 드러나며, 곧 제7재해가 닥칠 것이란 말이 나오던 무렵이다.

민필리아는 마침내 루이수아 본인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에오르제아 각 도시 지도자들과 모임이 있어 울다하에 들른 루이수아가 그 당시 도시 안에 있던 '모래의 집'을 찾은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고 인사하면 좀 이상한가요. 루이수아 님'

 

'살짝 어색하긴 하군'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인 루이수아는 현자라기 보다, 오랜만에 손녀를 만난 인심 좋은 할아버지 같았다.

하지만 루이수아가 꺼낸 이야기는 너무도 무거운 내용이었다.

달의 위성 '달라가브'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에오르제아 열두 신'을 불러내는 '소환의식'을 행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야만신 소환과 맞먹을 만큼 금기시된 비술이라서, 잘못하면 에오르제아 사람 모두가 열두 신의 '신도'가 될 위험이 있다.

그런 사태를 막을 방법은 단 한 가지였다.

열두 신이 직접 나타나는 것을 억누르고, 그 힘만 끌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소환자인 루이수아 본인이 비술을 쓰는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열두 신이 야만신으로 바뀌는 것을 막고, 다시는 '소환의식'을 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야말로 '죽음을 각오'한 것이다.

 

 

'그럴 수가!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어떻게든 다른 길을 찾아보려는 민필리아를 보며, 루이수아는 나지막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혹시 이 늙은이를 걱정해주는 거라면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주지 않겠나'

 

루이수아는 자신이 죽고 나면 맹주를 잃게 될 '구세시맹'과

'열두 기적 조사회'를 합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가 민필리아한테 부탁한 것은, 훗날 '새벽의 혈맹'이 되는 새 조직을 세울 계획이었다.

 

'잠시만요, 루이수아 님. 제가 어떻게 그런 큰일을 맡을 수 있겠어요!
무슨 수로 혼자 견디란 말인가요!'

 

루이수아가 죽음을 각오한 채 카르테노 평원으로 향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 당시 오직 민필리아 혼자뿐이었다.

만약 '구세시맹' 현자들이 알면 자신을 말릴 것이라 여긴 듯하다.

 

'힘든 일을 떠맡겨서 미안하지만, 부디 이해해주게.
허나, 혼자는 아니라네. 언젠가 분명 자네를 도울 자가 나타날 게야.
자네처럼 '초월하는 힘'을 가진 자가 빛의 의지에 이끌려 찾아올 걸세.
그러니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말게나.
아무리 밤이 어두워도, 반드시 해가 솟아올라 새벽을 맞이할 테니까……'

 

루이수아는 민필리아의 손을 꼭 잡은 채 간곡히 부탁했다.

그리고 며칠 뒤, 현자 루이수아는 에오르제아 동맹군과 함께 '카르테노 전투'에 나섰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제7재해를 겪고 나서, 산크레드를 다시 만난 민필리아는 그한테 부탁하여 '구세시맹' 현자들을 불러모은 다음 루이수아가 세운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모두 그 뜻에 함께해주기로 하였다.

 

'새벽의 혈맹……
이게 바로 우리 새 조직 이름이에요'

 

그때부터 5년 동안, 민필리아는 '새벽의 혈맹' 맹주로서 쉼 없이 달려왔다.

에오르제아를 구하려 했던 루이수아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고 그날 루이수아가 했던 말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민필리아, 스물일곱 살. 지금 그녀 눈앞에 다시 찾아온 '빛의 전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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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필리아와 프라민의 이야기를 다룬 주요 퀘스트: 제7성력 스토리 ~ 엄마와 딸 ~

 

구 파이널판타지14 스토리 영상 / 자막

 

구 파이널판타지14 메인 시나리오 동영상

이 '사고'로 아실리아는 아버지를 잃었다.

그것은 정말 우연히 일어난 '사고'였을까...

 

민필리아가 오른쪽 허리 춤에 늘 차고 있는 칼이 산크레드한테 선물로 받은 미스릴 단검이라고 한다.

 

'여긴 열두 기적 조사회 울다하 지부야. 다들 그냥 '모래의 집'이라고 부르지.'

'모래의 집'은 원래 울다하 안에 위치했다...!

지금 불멸대 작전본부가 있는 곳에 장터로 가는 입구가 있었으며,

그 장터 안에 모래의 집이 있었다.

 

그러다가 서부 다날란 저녁별 만으로 옮겼으며

모험가들의 시련이 시작되었다.